북한은 정말 '세금 없는 나라' 일까?
북한은 세계 유일의 공식적인 비과세 국가로 자처합니다. 북한 정부는 "국민은 세금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었다"고 선언하며, 매년 4월 1일을 '세금 폐지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1974년 공식적으로 직접세를 폐지한 역사적 결정에 기반합니다. 당시 북한은 소득세와 같은 구시대 자본주의 체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진정한 사회주의 국가로 전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선언과는 달리,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다양한 방식으로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 '숨은 세금(hidden taxatio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식적 폐지 선언: 1974년의 소득세 철폐
북한은 1974년에 개인 소득세를 포함한 직접세를 공식 폐지하였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이를 '사회주의 경제 체제의 완성'이라고 평가하며, 세금 없는 세상을 실현했다고 선전했습니다. 당시 북한 매체는 "세금이 없는 사회주의 조국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구호를 적극적으로 퍼뜨렸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과세 자체를 완전히 없앤 것이 아니라, 용어의 변경과 세금 구조의 간접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북한은 판매세, 수수료, 이익공제, 각종 사용료 등의 형태로 국가 재정을 확보해 왔습니다. 이는 소비 단계에서 징수되는 간접세로 볼 수 있으며, 부가가치세와 유사한 성격을 띠기도 합니다.
'숨은 세금'의 존재: 간접세를 통한 국가 수입
북한의 국가 수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매출세와 유사한 판매세입니다. 예를 들어 국영 상점에서의 소비에 포함된 가격에는 일정 비율의 판매세가 이미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최종 소비자, 즉 주민들이 부담하게 됩니다. 과거 자료에 따르며 1961년부터 1970년까지 북한 정부 수입의 약 98%가 판매세 등 간접세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처럼 사실상 국민이 세금 부담을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이라는 표현 자체를 금기시하는 것이 북한의 특징입니다.
게다가 북한은 정부 수입을 '사회주의 경제 관리 소득', 또는 '사회주의 소득 회계' 등의 표현으로 부릅니다. 이는 과세 행위의 개념을 지우기 위한 언어적 전략으로, 주민들에게 세금이라는 의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직접세 폐지 이후에도 유지된 과세 구조
직접세 폐지는 체계적인 조세 개혁의 일환이 아니라, 이념적 선전에 기반한 조치였습니다. 소득세가 폐지되었다고 하더라도, 기업은 여전히 다양한 명목으로 국가에 이윤을 납부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기억이 발생시킨 수익에서 일정 금액을 '거래소득금' 혹은 '국가 기업 이윤금'이라는 항목으로 국가에 납부합니다. 이는 법인세와 유사한 구조입니다.
또한, 북한 정부는 기계 및 장비, 관개 설비, 텔레비전, 수도 등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공공재에 대해서도 일정 금액의 사용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전형적인 판매세 혹은 서비스세의 일종으로, 주민들은 간접적으로 국가에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입니다.
노동력과 물자의 강제 기부: 실질적 부담
북한 주민들이 부담하는 또 다른 과세 형태는 무형의 강제 기여입니다. 정부는 주민들에게 노동력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각종 물자를 기부하도록 요구합니다. 이는 공식적인 법적 과세는 아니지만, 사실상 의무적 헌납의 성격을 띠며, 강제력에 기반한 조세 시스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주민들은 자발적 기부라고 하지만, 이를 거부하면 정치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비공식 세금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경제특구 내 과세 제도: 외국인을 위한 또 다른 규칙
북한은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개성공단이나 나선특별시와 같은 경제 특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 입주한 외국 기업들은 북한 정부에 공식적으로 법인세를 납부해야 하며, 이는 10~14%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외국 기업이 북한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경우, 해당 임금은 북한 정부가 외화로 수령하고, 노동자에게는 북한 화폐로 지급됩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보험료, 사회문화비 등 명목의 공제액을 차감한 후 급여를 전달합니다.
2013년 개성공단 내 북한 노동자들의 실질적 세금 부담은 전체 임금의 약 45%로 추정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북한 정부가 외국 기업과의 계약을 통해 고용된 노동자의 소득 중 절반 가까이를 간접적으로 징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점진적 법인세 구조: 최대 32.5%까지
2016년 북한은 세법 개정을 통해 법인세율을 점진적 누진 구조로 조정했습니다. 기업의 이윤이 높을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며, 2018년 기준 최대 32.5%까지 과세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자본주의 국가의 누진세 시스템과 유사한 구조로, 세수 확보를 위한 현실적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결론:'세금 없는 나라'라는 허상
북한은 외형적으로 '세금이 없는 나라'라고 선전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다양한 간접 과세와 수수료, 의무 노동 제공 등의 방식으로 주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전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금'이라는 단어를 제거한 조세 시스템으로, 오히려 전통적인 세금 제도보다 더 불투명하고 억압적인 성격을 지닐 수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이러한 북한의 조세 구조를 숨은 과세 체계라고 평가하며, 북한의 폐쇄성과 정보 통제 속에서도 경제 체제 유지에 있어 과세의 역할이 여전히 중심적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은 형식적으로는 비과세 국가이지만, 내용적으로 다층적이고 복잡한 과세 구조를 지닌 국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세금은 없다"는 북한의 주장은 정치적 선전의 수단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오히려 과세 체계가 더 은밀하고 강압적인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 실체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